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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 2026.07.03 · 4분 읽기

‘양식에 맞춰서 다시 해오세요’ — 한국 사무실 문서지옥, AI가 끝내는 법

항목부호 1. 가. 1) 가) 손으로 매기고, 신구대조표 두 벌 만들고, 내용이 아니라 서식으로 반려당하는 그 일. 문서지옥에서 7년 버틴 공무원이 만든 도구와, 오늘 바로 쓰는 프롬프트.

박현준 (딩코딩코, 8년차 백엔드 시니어)

보고서 내용은 어제 다 썼어요. 그런데 오늘 반나절이 사라졌습니다.

항목부호를 1. → 가. → 1) → 가) 순서로 다시 매기고, 들여쓰기를 눈으로 맞추고, “바뀐 부분 표시해서 신구대조표로 두 벌 만들어 오세요” 한마디에 같은 문서를 복사해서 나란히 놓고 칠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돌아온 피드백은 내용이 아니라 이겁니다.

“양식에 맞춰서 다시 해오세요.”

한국 사무실에서 문서는 내용보다 서식으로 반려됩니다. 저도 9년째 회사에서 문서를 쓰는 사람이라, 이 반나절이 어디로 증발하는지 압니다. 그런데 이 노가다, 이제 진짜로 AI한테 통째로 넘길 수 있어요.

문서지옥에서 7년 버틴 공무원이 만든 것

올해 개발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화제가 된 오픈소스가 하나 있습니다. kordoc — 만든 사람이 광진구청에서 7년 일한 현직 지방공무원입니다. 별점 1,300개가 넘게 붙었어요.

이 도구가 하는 일이 정확히 위의 노가다입니다.

  • 한글(HWP) 구버전부터 HWPX·PDF·엑셀까지 30개 포맷을 AI가 읽을 수 있는 글로 변환하고
  • AI가 고친 내용을 원본 서식 그대로 공문서로 되돌리고
  • 신구대조표를 자동 생성하고
  • 항목부호 8단계(1. 가. 1) 가)…)를 자동으로 매깁니다

포인트는 기능이 아니라 만든 사람이에요. 문서지옥을 7년 당한 사람이, 창의적인 업무가 아니라 복붙·서식 맞추기·부호 매기기 — 딱 그 노가다만 골라서 자동화했습니다. “이걸 아직도 손으로 하세요?”라는 질문에 코드로 답한 거죠.

kordoc 자체는 설치가 필요한 도구라, 컴퓨터 잘 아는 동료가 한 명 있다면 “이거 깔아줘” 한마디면 됩니다. 그런데 설치 없이도, 오늘 당장 이 노가다의 대부분을 AI한테 넘길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쓰는 방법이에요.

오늘 바로 쓰는 법 ① — 항목부호·서식 정리

한글 파일을 AI가 못 읽는다고 포기하는 분이 많은데, 우회로는 간단합니다. 한글에서 [파일 → PDF로 저장] 하거나, 본문을 전체 복사해서 AI 채팅에 붙여넣으세요. 그리고 이 프롬프트를 그대로 쓰면 됩니다.

아래 문서를 한국 공문서 항목부호 규칙으로 다시 매겨줘.

규칙:
- 계층 순서는 1. → 가. → 1) → 가) → (1) → (가) 순서를 지킬 것
- 지금 잘못 매겨진 부호는 계층에 맞게 전부 고칠 것
- 본문 내용은 한 글자도 바꾸지 말 것 (부호와 들여쓰기만)
- 애매해서 임의로 판단한 곳은 맨 아래에 "[확인 필요]"로 따로 모아줄 것

[여기에 문서 붙여넣기]

핵심은 마지막 두 규칙입니다. **“내용은 바꾸지 마라”**가 없으면 AI가 친절하게 문장까지 다듬어버리고, **“[확인 필요]”**가 없으면 애매한 걸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오늘 바로 쓰는 법 ② — 신구대조표

개정 전·후 문서 두 벌을 나란히 만드는 그 일도, 원문과 수정본만 있으면 표 한 장으로 나옵니다.

아래 [개정 전]과 [개정 후] 문서를 비교해서 신구대조표를 만들어줘.

형식:
- 3열 표: 현행 | 개정안 | 개정 사유
- 바뀐 조항만 행으로 만들고, 바뀐 표현은 굵게 표시
- 바뀌지 않은 조항은 표에 넣지 말 것
- 개정 사유가 문서에 없으면 비워두고 [사유 확인]으로 표시

[개정 전]
(원문 붙여넣기)

[개정 후]
(수정본 붙여넣기)

이 표를 한글이나 워드에 붙여넣고 서식만 입히면 끝입니다. 나란히 놓고 눈으로 칠하던 30분이 1분이 돼요.

넘기기 전에, 이것만은

  • 대외비·개인정보가 든 문서는 그대로 올리지 마세요. 이름·금액·주민번호는 가리거나 더미로 바꾸고 넣는 게 원칙입니다. 회사에 외부 AI 사용 정책이 있는지도 먼저 확인하세요.
  • 최종 확인은 사람 몫입니다. 특히 공문서의 숫자·날짜·조항 번호는 제출 전에 반드시 눈으로 검수하세요. 정리는 AI가 하고, 책임은 우리가 집니다.

정리하면

  1. 서식 반려 노가다(항목부호·들여쓰기·신구대조표)는 이제 사람이 할 일이 아닙니다.
  2. 한글 파일은 PDF 저장 또는 전체 복사로 AI에게 건네면 됩니다. 위 프롬프트 두 개면 오늘부터 됩니다.
  3. 팀 단위로 제대로 붙이고 싶다면 kordoc처럼 당한 사람이 만든 도구가 이미 있습니다.

이런 사무실 노가다 자동화를 매주 하나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받아보시거나, 카카오 오픈채팅에서 “우리 회사는 이 양식인데요” 하고 물어보세요. 다음 편은 회사 서식 그대로 PPT 만들기입니다.

#한글#HWP#공문서#항목부호#신구대조표#문서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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